오늘 오래간만에 친구들과 만나 술을 나눴다. 처음에는 날씨를 묻고, 다음에 최근 근황을 묻고, 이어서 각자의 가족의 안부를 묻고 마지막으로 친구끼리만 나눌 수 있는 서로의 흉금을 묻는 애기를 했다. 많은 애기를 했지만 늘 시간이 모자르다고 느끼며 술자리를 파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인사하고 각기 다른 방향으로 향하는 친구들이 승차한 택시를 보면서 '각자의 집 방향이 다르듯 우리들의 인생 또한 각기 다른 방향이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택시의 출발을 재촉하는 친구의 모습을 말없이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우연찮게도 가까운 오뎅바에서 가수 김광석 씨가 부른 '서른 즈음에'가 흘러나왔다. 나는 잠시 음악에 취해 향락가의 소음에 섞인 그의 노래를 들으면서 주머니에 끼어 구겨진 담배를 곱게 펴서 입에 물고 행인에게 도움을 받아 불을 붙였다. 그리고 아주 느긋한 동작으로 담배를 피웠다. 담배를 들고 있는 손가락이 뜨거워 질 때까지 태우고서는 친구들과는 정반대의 길로 향하는 택시를 탔다. 택시기사는 기분이 좋은지 나를 향해 말하는 '어서 오세요!'라는 형식적인 말에서도 그의 기분이 묻어나와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그가 갑자기 부러워졌다. 그래서 나는 빈말로 "기분이 좋아 보이시네요. 뭐 좋은 일 있으세요?!"로 물었고 기사는 "하하하하"하는 호쾌한 웃음으로 나의 질문을 대신했다. 그리고서는 내게 질문을 했다. "손님, 손님 나이가 어떻게 되지요?! 아~ 25살이라고요? 쥐띠네요?! 생각보다 더 드셨네요! 군대는 다녀왔겠네요.. 어디 나오셨어요?! 아~ 멋있는데 나오셨네! 저는 방위 나왔습니다! 하하하하" 기사는 속사포처럼 애기를 했고 나도 그의 "쿵짝"에 맞춰 추임을 넣듯이 대답을 했다. 그리고 시시껄렁한 애기를 계속했다. 주로, 그가 말하고 나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고개를 끄떡인 것은 귀찮아서가 그런 것이 아니고 일반론을 기반으로 한 소수자들의 애기였기에 그랬다. 어느덧 나의 '즐거운 집'에 도착하기 전 마지막 사거리에서 신호대기를 하게 되었다. 나는 그와의 대화를 이대로 끝내는 것이 이유를 알 수 없이 아쉬웠고 또, 그가 내 또래의 여자이고 내 애인이었으면 하는 엉뚱한 생각을 했다. 신호가 풀려 파란불이 되고 내가 탄 택시는 출발했다. 나는 '이제 곧 내릴 테고 집에 가서 잠을 잘 테고 그러면 내일이면 지금의 기억이 나겠지만 아무런 느낌이 없겠지.. 그리고 아침밥을 먹으며 잊겠지.."라는 생각을 했다. 그때, 그가 조용한 목소리로 "손님, 손님은 지금의 나이에서 20대가 가깝다고 생각하세요?! 아니면, 30대 가깝다고 하세요?!" 나는 때마침 차비로 지불할 돈을 준비하기 위해 가방을 뒤적거리던 중이라 그의 말을 듣고도 대답할 수 없었다. 그는 애초의 내 대답을 들을 생각이 없었던 듯 애기를 했다. "손님, 이제 손님의 나이는 20대보다 30대가 더 가깝지요.. 시간은 마치 맞바람과 같아서 결코, 지나간 바람을 다시 맞을 수는 없지요.. 그렇기 때문에 손님은 이제 25살이지만 20대보다 30대가 더 가까운 거지요.." 그 말을 듣고 나는 아찔해졌고.. 그 때문에 이 늦은 시간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포스트를 끼적인다.




